[첫발자국] 끝없는 모험 / 장정법, 육군 소령

얼마 전 첫 책 <병영 독서로 내 인생 바꾸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장교가 되기 전 병사 시절의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독자들에게 많은 울림과 재미를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탈영병 전적과 관심병사 딱지를 달고 있던 나에게 책과의 운명적 만남은 지금 장교가 되어있는 나를 만든 극적인 터닝 포인트였다. 책을 출간한 후 요즘 독자들 중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병사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며 적지 않은 팬층을 확보했다. 또한 부모님들 특히 어머니들께서 이 책을 읽어 주시고 자녀에게 추천해 주셨다는 말을 들으니 이 책이 누구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주었다란 생각에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나는 본래 책을 쓰는 작가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나 처음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절망에 빠진 나를 만나게 되며 일어난 사건과 같았다. 꽃길만 걸으며 창창하던 나의 앞길에 뜻밖의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상급자였다. 사소한 루머로 인해 상급자와 나는 서로를 헐뜯고 서로 미워했다. 그리고 서로 마음의 깊은 상처만 남기며 헤어졌다.

세 명이 모이면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던 속담처럼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스스로 실패자라 생각했고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 나 스스로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나는 정상의 자리를 내주며 스스로 GOP 철책이라는 오지를 선택해 몸을 숨겼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영원히 나를 지워버리고 싶었다. 바깥세상과 문을 닫고 철책에서 오랜 시간 나를 수련했다. 하지만 상처는 오래 남았다. 아픔을 달래기 위해 신을 원망하며 부인했다. “정말 당신은 있으십니까? 왜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며 절규하듯 소리쳤다. 이러면 쌓인 감정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어느 날 GOP 숙소 밖으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내 숙소 창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GOP낡고 허름한 교회는 항상 내가 감정을 담아 분풀이하던 그런 곳이었다. 이 교회를 누군가의 기부로 리모델링하기로 한 것이었다. 매일 뚝딱 뚝딱’ ‘쿵쾅 쿵쾅시끄럽게 들려오는 교회 공사 잡음은 나를 더욱 신경질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공사는 많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전이 없어 보였다. 나는 교회 앞으로 다가서 한 늙은 인부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공사를 이렇게 오래 하세요?”내 물음에 인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교회 공사비가 조금 모자라 기술자 인부를 사올 수 없으니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조금씩 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공사가 오래가는 거지.”늙은 인부는 다시 하던 미장을 계속하며 나에게 시원한 물 한잔만 달라 요구했다.생수를 가지러 내 방으로 다시 들어온 나는 창문 밖을 응시했다.

저 시끄러운 공사가 빨리 끝나야만 해.’ 나는 전투복 팔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목장잡과 망치를 들고 창문 밖 교회를 향해 갔다. ‘뚝딱 뚝딱, 쾅쾅하는 못 박음질 소리와 함께 어느새 나는 공사장 목수가 되어 버렸다.

어느덧 교회가 제 모습을 찾아갈 즈음 연장을 든 군복 입은 허름한 모습의 나를 거울에서 마주했다. 그 순간 신이 나를 버린 게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번쩍하며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비로소 교회가 완성되어 가는 순간, “너는 지금까지 남이 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 미세한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그날 밤 다시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나의 무릎을 치며 바로 이거야라고 소리쳤다.

네 모습 네가 곧 이 이야기의 시작이야, 지금 이야기 주인공은 바로 너야! 거울 앞에 선 나를 응시하는 순간 대머리인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자,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라고 다짐하며 인터넷을 뒤져 중국산 20여만 원짜리 노트북을 한 대 구입했다. 겨우 한글 정도만 쓸 수 있는 정도였지만, 이 정도 만으로 글을 쓰기에 충분했다. 두 달여 만에 대머리 혁명이란 원고를 만들어냈다.

이 글은 나 자신과 외모를 마주 보며 만든 국내 유일의 대머리 인문학이다.나처럼 수많은 대머리들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을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머리 혁명을 이루기 위해 먼바다를 항해하는 대머리 요정 캐릭터이다. 이들이 탄 종이배는 마국기(마이클 창의 대머리 나라 깃발)를 달고 오늘도 끝없는 모험을 떠난다. 우리는 가끔 힘든 현실에 마주할 때 절망한다. 하지만 이때 자신의 현실적인 한계를 마주하는 용기를 가진다면 자신을 이겨낼 혁명적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대머리가 만든 작은 대머리 혁명처럼 말이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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