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기반의 실사 촬영은 물론 가상현실(VR)을 포함한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기반의 영상 콘텐츠도 제작 가능한 스튜디오가 국내에서 오픈했다. 버추얼 프로덕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VA Corporation, 대표 김동언)은 최근 경기도 하남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버추얼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서울 도심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에 들어서면 총 3곳의 개별 스튜디오를 만날 수 있다.

사진 02. 이곳은 미디어 커머스 영상, 라이브 콘서트 등의 제작에 특화된 XR 스튜디오다. 벽에 설치된 LED 패널 영역의 바깥까지도 트래킹 카메라에 담겨 3D 가상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가상공간의 배경을 만든 다음, 라이브 쇼핑 방송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다.

스튜디오별로 각각 촬영 영상의 용도와 형식에 최적화된 설비를 자랑하는데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거대한 ‘LED 월’이 설치된 무대다. 바로 이 무대에서 XR 기반의 라이브 커머스 영상은 물론, 그린 스크린 크로마키 배경이 아닌 LED 스크린을 활용한 가상 환경에서의 촬영이 가능해진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드라마 <만달로리안>의 제작 사례를 통해 그 성과가 입증된 바 있는 버추얼 스튜디오 시스템의 핵심이다. 스튜디오에 설치된 거대한 ‘LED 월’에 이미지를 띄워놓고 촬영하면 로케이션 촬영 못지않은 현장감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 03. 영화, 드라마 제작에 최적화된 중형 볼륨의 스튜디오다. 앞서 XR 스튜디오가 공간을 확장시키는 개념의 촬영을 지향한다면, 이곳에서는 ‘In Camera VFX’ 기술을 도입해 LED 패널 자체를 물리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다. LED 패널에 어떠한 배경이 그려져 있어도 가시적인 영역 안에서 왜곡 없이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바닥에도 LED 패널이 설치돼 있어 4t 이상의 무게도 견딜 수 있다.

3곳의 스튜디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3번 스튜디오(사진 01)는 큰 규모의 영화, 드라마 제작에 특화된, 국내 최대 스튜디오로 이곳에 설치된 LED 패널 규격만 지름 19m, 높이 8m, 벽면 패널이 12m에 달한다. 천장에도 LED 패널이 있으며, 사실상 360도, 사방 전체를 패널로 둘러쌀 수 있는 구조다. 일반 야외 촬영보다 더 자연스러운 빛을 구현할 수 있어 현실감 있는 연출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2022년까지 경기도 내에 총면적 약 2만9천평 규모의 버추얼 스튜디오를 추가로 지어 급변하는 ‘뉴미디어’ 산업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장성호 모팩 대표, “메타버스 시대의 콘텐츠를 준비한다”

“모든 미디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포부를 밝힌 장성호 모팩 대표는 김우형 촬영감독과 함께 버추얼 프로덕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오랫동안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메타버스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21세기 뉴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모든 콘텐츠의 제작이 가능한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의 출발점과 목표에 대해 물었다.

-할리우드에서도 막 주목받기 시작한 버추얼 스튜디오 시스템을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설립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VFX(시각특수효과) 분야에 몸담고 있다 보니 제작 방식의 발전 방향, 시스템의 필요성 등을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모회사인 브이에이코퍼레이션도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고, 투자도 빨리 결정됐다.

-뉴미디어 환경에서의 영상 콘텐츠 제작도 가능하고 로케이션 촬영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팬데믹 상황이 가속화되면서 현장 인력 관리와 통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로케이션 섭외도 힘들고 육체적인 고통까지 수반한 작업이 이어지다 보니 이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 과거의 게임이 실사를 목표로 발전해왔다면, 우리의 방향은 리얼 베이스의 가상 환경 구축이다.

-실제 로케이션 촬영과 버추얼 스튜디오 촬영간의 기술적인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나.

=디스플레이가 진짜 같으니까 그걸 담아낸 영상도 진짜 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디스플레이된 화면과 실제 오브젝트, 그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 모두 한 화면에 담겼을 때, 즉 카메라에 담긴 이미지가 사실적으로 보이는 게 우리의 목표다. 스튜디오 안에서 모든 게 다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고 실제 로케이션 제작 상황에서 벌어지는 여러 수고스러움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크로마키 배경에서 연기할 필요도 없어지니 디테일하게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질 수 있다.

-버추얼 스튜디오와 실사 촬영이 가능한 야외 스튜디오 확장 계획까지, 시스템 구축을 염두에 둔 설계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이미지를 디스플레이해서 촬영하는 마지막 단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상 환경에서 공간을 스카우팅하는 과정, 그 결과 위에서 배우가 라이브 모션 캡처 연기를 하고 또 편집까지 모두 사전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할리우드와 기술적인 격차가 거의 없이 효율적인 제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련 라이브러리도 다양해지고 스탭들의 오퍼레이팅 역량도 늘어나면 결과는 더 좋아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