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각이 창조한 다양한 기회

‘이젠 카페도 카페가 아니다’
새로운 시각이 창조한 다양한 기회 복합문화공간

Editor·Photo 정채영

복합문화공간은 ‘기회’를 제공한다. 손수 만든 아이템들을 판매할 기회, 예술 친화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할 기회, 북 콘서트와 공연 등 다양한 배움의 기회 그리고 필요에 따른 작업 공간 제공까지. 누구나 쉽고 다양하게 예술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시작점을 마련한다. 비교적 접근이 쉬운 카페에서 전시와 판매,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것도 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음식점, 서점, 마트, 쇼핑센터 등 여러 상점이 함께 집합한 대형 복합몰과 카페가 가지는 문화공간의 특징은 서로 다르다. 전자의 경우 말 그대로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화활동에 집중하며 그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문화활동은 어쩌면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저것 여러 방면을 두루두루 갖추기보단 공간의 정체성을 배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콘셉트가 명확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라이프스타일+전시: 추상적인 예술부터 일러스트 아트까지. 카페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갤러리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소규모의 개인 카페의 경우 대부분 신진 작가를 직접 컨텍하여 진행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인테리어, 중요시하는 콘셉트를 명확히 하여 작가 섭외를 진행하도록 한다. 대흥동의 복합문화공간 ‘콜로라도프로젝트’의 키워드는 ‘컬러’다. 이에 컬러감이 돋보이는 제품들을 매장 곳곳에 비치해 그들만의 정체성을 키운다. 서촌의 건강 책방 ‘일일호일’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건강을 소개한다. 그 범위는 친환경, 반려동물, 식습관, 심리적 요인 등으로 널리 퍼진다. 매장 내에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표방한 전시와 도서를 소개하고 있으며 먹거리 장터, 북 콘서트 등 여러 문화활동을 지원한다.
라이프스타일+도서: 책방을 함께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기성 작가가 아닌 신진 작가의 독립 서적이 많았다. 독립 서적의 매력은 독창성과 개성에 있다. ‘커피’를 주제로 에세이를 쓸 수도 있고 일러스트 화집을 출판할 수도 있다. 전문 지식이 풍만하게 담긴 글을 볼 수 있으며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며 찍은 빈 커피 잔이 담긴 사진집을 만나볼 수도 있다. 잠실에 위치한 ‘하우스 서울’의 2층 공간에는 넓고 아늑한 책방이 있다. 1층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위로 올라오면 여러 독립 서적들과 굿즈를 구경할 수 있다. 시, 에세이, 예술 서적 등 분야별로 비치돼 있으며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서적 입고 문의를 받고 있다.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비교적 다양한 분야 속 여러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굿즈: 가장 쉽게 접근하기 쉽고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자사 브랜드의 제품뿐만 아니라 여러 작가들 과의 협업부터 이미 많이 알려진 대중성 있는 브랜드까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가장 좋다.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먼치스앤구디스’에서는 와인, 맥주와 같은 주류부터 커피 원두, 해외 식료품, 문구류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소개한다. 매장 한편에서는 브랜드 로고가 박힌 자체 제작 에코백 등의 굿즈들도 만날 수 있다. 자칫 식료품 점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매장 뒤편의 여러 테이블에선 커피와 음료, 베이커리 섭취가 가능하다.
제작 굿즈의 경우 접근성이 쉬운 반면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어떤 제품이 뜨고 있고 세대별 관심사는 무엇인 지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빠삭하게 꿰뚫고 있어야 함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중요한 키워드가 있었으니 바로 자신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이다. 콜로라도프로젝트의 김지혜 대표는 “트렌드에 민감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그걸 무시하고 나의 방향성을 지키려 하는 게 어찌 보면 참 웃기다. ‘이렇게 하면 돈 많이 번다더라’, ‘장사가 잘 된다더라’ 하는 등의 조언보다는 내가 추구하려는 방향성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브랜드의 개성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라이프스타일+공간의 다양성: 한 장소를 방문하더라도 많은 이들은 각기 다양한 이유에서 특정한 곳을 찾는다. 가파른 계단, 갖춰지지 않은 인테리어, 진회색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루어진 공장형 카페를 두고 ‘멋있다’와 ‘불편하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는 일처럼, 공간을 바라보며 느끼는 시각이 제각각인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카페의 변신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낮에는 브런치를, 밤에는 맥주를 파는 것에서부터 한 쪽에서는 커피를 다른 공간에서는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까지. 무궁무진한 발전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명확한 콘셉트가 수반된다. 기회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이러한 공간의 다양성이 강조된다. 망원동에 위치한 ‘아이다호’는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이기도 하면서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을 관람하며 술을 즐길 수 있는 펍이자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다양한 굿즈를 만나볼 수 있는 아트 스페이스다. 에스프레소 머신 옆에 맥주 기계가 있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 옆에 드럼 세트가 놓여 있다. 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벽면 곳곳을 비추는, 시시각각 변하는 미러볼로 인해 힙하고 빈티지한 느낌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카페라는 공간에서 여러 활동들을 펼치기엔 제약이 많다’, ‘커피에 대한 본질을 흩트릴 가능성도 있다’는 등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색적이고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은 충분한 매력 어필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간 끌고 나갈 경우 특별한 목적의식이 없다면 난잡하고 불분명한 간판이 될 수 있다. 하우스 서울의 이수민 매니저는 “갤러리와 카페, 서점이 한 건물에 존재하다 보니 공간의 성격을 명확하게 나누는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공간을 자연스럽게 융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그 외 각 부분은 헤치지 않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페문화공간’, ‘커피문화공간’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여러 강연과 클래스, 시음회 등 커피와 관련한 문화활동을 재개할 것인지, 공간 그 자체를 바라보고 그 속에서 개개인의 독창성을 명확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것인지. 결국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콘셉트의 차별화가 중요해 보인다.

콜로라도프로젝트
‘컬러라도프로젝트’이기도 한 이 공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눈에 띄는 색채감이다. 미국 중서부 지역 ‘콜로라도’의 자연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담아낸 이 곳은, 커피를 제조하는 바부터 앉아 마실 수 있는 공간까지, 콜로라도 지형 느낌을 살렸다. 구불구불하고 러프한, 비정형적인 콘셉트의 이 공간은 순수 예술을 전공한 두 명의 대표가 ‘예술친화적’을 내세우며 그들의 작가 활동을 이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와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는 영리를 만들고 싶었던 그들은 매장 곳곳에 컬러를 중심으로 한 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제품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식기, 의류 등 두 대표의 자체 제작 아이템들도 눈에 띈다. 한 달 주기로 아티스트가 바뀌는 전시, 인디밴드 공연 및 음악회 등 여러 문화활동이 펼쳐지는 이 공간 속에서 그들은 아티스트를 통해 서로가 윈윈하는 형태를 만들고자 한다. ‘블루’를 시작으로 새로운 컬러를 콘셉트 삼아 추후 와인 클래스, 서적 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Location
서울 마포구 대흥로20안길 20
@colorado_project

일일호일
‘일상 속 건강’의 여러 의미를 되새기고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일일호일은 헬스커뮤니케이션 ‘엔자임헬스’의 또 다른 프로젝트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한 권의 책 속에서 그리고 새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경험하는 날들을 통해 건강의 가치를 다시금 재조명한다. 매년 100권의 건강 책을 선정해 매장 서가에 전시를 함으로써 책방의 역할을 돈독히 하면서도 일일호일만의 핸드메이드 아이템(에코백, 연필, 노트 등), 테마 기획전, 주말 장터, 북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활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테마 기획전의 경우 어렵고 전문적인 일보다는 가볍게, 마음 건강뿐만 아니라 생태, 비건, 건강한 먹거리, 친환경 등 여러 분야의 건강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표방한다. 책방지기들의 큐레이션을 통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아티스트의 전시와 비치된 책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이고 다채로운 시선을 품게 된다. 이로써 그들은 건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배움과 앎의 기회를 통해 여러 의미를 되새기는 경험을 갖는다.

Locati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2
@11ho1_bookshop

HOWS(하우스 서울)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디자인의 아이콘 커피를 매개로 한 ‘커피문화공간’인 HOWS는 열정, 영감, 발견 3가지 테마를 목표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공유한다. 서울 카페쇼의 비전을 담아 오픈한 공간이기도 한 이곳은 SHOW라고도 읽히는 그 이름만큼 크리에이티브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2021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브랜드 디자인&아이덴티티 부문 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이곳은 지하 1층, 1층, 2층으로 구성된다. 영감의 공간인 지하 1층 'HOWS Gallery'는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로써 방문객들은 전시와 공연을 통해 디자인과 예술이 지니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1층에는 바리스타들의 열정이 담긴 공간이다. 국내 로스터리의 원두를 주기적으로 선보여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공유하려 한다. 공간 벽면을 채우는 곳곳 전시 그림들은 갤러리탐과 협업한 작품들로, 분기별로 계절감을 반영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2층은 다소 조용하고 한가롭다. 개개인의 독창적인 개성이 가득한 독립 서적과 함께 전시, 굿즈들을 함께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HOWS는 더욱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지금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더욱 진화하는 커피문화공간 플랫폼을 계획 중이다.

Location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9길 5
@hows_seoul

먼치스앤구디스
주전부리를 뜻하는 munchies, 간단히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의미하는 goodies. 성수동 플라츠 매장 1층에 위치한 잡화점 먼치스앤구디스(munchiesandgoodies)는 가볍게 음용할 수 있는 요깃거리부터 삶의 질을 높여줄 하우스홀드 제품까지, 여러 방면의 제품들을 소개한다.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백 야드(back yard)부터 새로운 전시, 팝업이 진행되는 감각적인 공간까지. 그들은 각 공간이 지닌 특색보다 함께 어우러질 때의 분위기에 집중한다. 아이템의 경우 각 팀원들이 직접 써본 후 충분한 테스트와 고민을 거쳐 전시된다. 디스플레이된 제품을 찾는 이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며, 퇴근길 잠깐 들리거나 산책길에 잠깐 거쳐 가는 손님도 많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과자와 초콜릿부터 와인, 친환경 제품, 자체 제작 상품인 에코백과 앞치마 등 큐레이션 된 제품의 수만 해도 여러 가지다. 스토리 있는 각양각색의 브랜드를 꾸준히 소개하는 일을 통해 먼치스앤구디스만의 완성도를 점점 높여갈 예정이다.

Location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33
@munchiesandgoodies

아이다호(IDAHO)
카페와 펍을 기반으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인 아이다호(IDAHO)를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빈티지한 소품들과 몽환적인 색감의 입구에 크게 매료될 것이다. 공간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국내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섭외해 전시, 콘서트, 워크숍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코로나로 인해 진행 여부가 달라질 때도 있으나 매주 금요일마다 인디, R&B 등 여러 장르를 어우르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아티스트 컨텍에 있어서도 그들의 공간과 잘 융화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또 영화 ‘아이다호’의 주인공 이름을 따 그 역할에 잘 어울리는 느낌으로 제조한 시그니처 음료, 매장 한편에 놓인 드럼 세트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좌석, 비밀의 공간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진행되는 전시 등 아이다호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으로, 누구든지 이곳에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추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여러 문화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Location
서울 마포구 동교로 39 2층
@cafe.ida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