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모나리자’(루브르박물관 소장)다. 가장 인기 있는 화가를 꼽으라면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일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유파로는 인상파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을 테다.

가장 인기 있는 한국 화가와 작품은 어떨까. 최고 인기작 하나를 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화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다. 아마도 박수근, 이중섭이 자웅을 겨루지 않을까. 그런데 최근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김환기다.

박수근(1914~1965), 이중섭(1916~1956), 김환기(1913~1974). 이들은 비슷한 점이 많다. 1910년대 초중반에 태어났고 미술에 일생을 걸었다. 이들 모두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미술 세계를 구축해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인기 있는 화가가 됐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작품은 비싼 값에 팔린다. 물론 차이점도 적지 않다. 그 공통점과 차이점은 그들의 미술(박수근의 한국적 소박함, 이중섭의 격정적 그리움, 김환기의 점의 철학적 사유)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을까.

‘나목’에 영감 준 그림

박수근은 1914년 강원 양구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집안 사정 때문에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혼자서 돈을 벌어가며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를 롤 모델 삼아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밀레 역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만종’ ‘이삭 줍는 여인들’을 그린 유명 화가가 됐다.

광복 직후 박수근은 강원 금성(지금의 북한 강원도 김화군)의 중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일했다. 그러던 중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박수근은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금성으로 돌아갔고, 박수근 홀로 탈출해야 했다. 이후 군산 등에서 부두 노동을 하며 가족과 재회를 갈망했다. 1952년 드디어 아내가 두 자녀와 함께 탈출에 성공했고, 박수근은 서울 창신동에서 가족과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궁핍한 시절이었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은 박수근은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박수근은 지인의 소개로 1953년 미군부대 PX(지금의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건물)에서 1년 동안 미군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 무렵 PX에서 점원으로 근무한 사람 중 박완서가 있었다. 그림에 사력을 다한 박수근은 건강 악화로 1965년 5월 세상을 떠났다. 그해 10월 박수근 유작전이 열렸다.

평범한 가정주부이던 박완서는 우연히 신문기사를 통해 박수근의 유작전 소식을 접했다. 박완서는 가난하고 힘겹던 6·25전쟁 시절, 직장 동료이던 박수근을 떠올렸다. 유작전은 서울 소공동 중앙공보관에서 열렸다. 박완서는 그 전시를 보러 갔다. 박수근 특유의 앙상한 나무 그림을 다시 만났다. 박완서는 그 나무를 보고 ‘말라 죽어가는 고목(枯木)이 아니라 곧 싹이 올라올 나목(裸木)’이라고 생각했다.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박수근의 나무 그림은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박완서의 창작욕을 자극했다. 박완서는 박수근과 나무 그림을 모티프 삼아 장편소설을 썼다. 그것이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나목’이다. 그때 박완서의 나이는 마흔이었다.

박수근의 그림과 박완서의 ‘나목’은 닮은꼴이다. 꾸밈없이 반듯하고 정갈하다고 할까. 박완서가 소설가가 된 것은 박수근 덕분이었고, 박수근은 박완서 덕분에 더 유명해졌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을 그리며 명작 쏟아내다

이중섭은 1916년 평남 평원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936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제국미술학교(지금의 무사시노미술대학) 서양화과를 다녔다. 1년 뒤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도쿄문화학원으로 옮겼다. 이곳에서 일본인 후배 야먀모토 마사코(山本方子·1920~2022)를 만났다.

이들은 1945년 지금의 북한 지역인 강원 원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중섭은 마사코에게 이덕남(李德南)이라는 한국 이름을 붙여주었다. 남쪽에서 온 덕이 많은 여성이라는 뜻이다. 결혼 5년 뒤 6·25전쟁이 발발하자 가족과 함께 월남했다. 부산을 거쳐 1951년 제주 서귀포로 들어갔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서귀포의 단칸방에서, 가난했지만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다.

문제는 가난이었다. 부산으로 다시 나온 이중섭은 1952년 생활고 타개책의 일환으로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내야 했다. 이중섭은 통영, 대구 등지를 전전하면서 어렵게 그림을 그렸다. 일본의 가족을 만나러 갈 희망으로 안고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팔아 여비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1953년 겨우 며칠 동안만 일본에 다녀왔을 뿐이었다. 지독한 그리움 속에서 그림은 그려냈지만 가난과 병을 이겨내진 못했다. 결국 1956년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무연고자로 생을 마친 것이다. 이중섭은 서울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옛 망우리공동묘지)에 묻혀 있다. 부인 이덕남은 2022년 일본에서 생을 마쳤다.

박수근은 1952년 서울에서 가족을 다시 만났다. 그러나 같은 해 이중섭은 일본으로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다. 박수근과 이중섭에게 1952년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운명의 시간이었다.

뉴욕에 묻히다

김환기는 1913년 전남 신안 안좌도의 부잣집에서 태어나 10대 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중이던 1932년, 김환기는 고향으로 잠시 돌아와 혼례를 치렀다. 아버지의 강요에 따른 결혼이었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일본대학 예술과를 다니면서 미술 창작에 매진했다. 아버지 타계 후 김환기는 부인과 헤어졌다. 이후 엘리트 신여성 김향안(1916~2004)을 만나 1944년 재혼했다. 김향안의 본명은 변동림이었다.

변동림도 재혼이었다. 변동림은 1936년 시인 이상과 결혼했지만 이상의 갑작스러운 일본행과 죽음으로 혼자가 됐다. 이후 변동림은 김환기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 후엔 이름을 김향안으로 바꾸었다. 6·25전쟁이 끝나자 김환기는 서양미술의 본고장 프랑스를 꿈꾸기 시작했다. 아내 김향안은 그 꿈을 실현해주고자 했다.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1955년 먼저 프랑스로 건너가 아틀리에를 마련하는 등 김환기가 파리에서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이듬해 김환기가 파리에 입성했다. 이후 3년간 파리에서 6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이때를 ‘김환기의 파리 시대’라 한다. 1963년 김환기가 다시 뉴욕 예술계에 도전. 김환기의 뉴욕 시대 추상화도 탄생할 수 있었다. 김향안은 이 과정에서 남편 김환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김환기는 1974년 뉴욕에서 생을 마쳤다. 이후 김향안은 환기미술재단을 설립하고, 1992년 서울 부암동에 환기미술관을 세웠다. 김환기의 미술과 김환기의 현재 인기는 부인 김향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향안은 2004년 뉴욕에서 생을 마치고 뉴욕의 김환기 옆에 묻혔다.

세 사람이 지닌 삶의 내력과 인연의 흔적은 그들의 작품에 그대로 나타난다. 박수근의 그림은 소박하고 정갈하다. 가난한 이웃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잘 드러난다. 그러한 마음과 분위기를 바위 같은 질감을 통해 표현했다. 거칠지만 편안한 저 화강암의 표면, 바위의 질감은 한국의 서민적 정서를 극대화해 준다.

인연의 흔적

이중섭의 그림은 도처에 그리움이 녹아 있다. 가족에 대한 이중섭의 그리움은 종종 격정적이다. 지독한 그리움이라고 할까. 그리움 때문인지, 특유의 붓 터치는 개성적이고 강렬하다.

이중섭이 즐겨 그린 황소를 두고 한민족을 상징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 하지만 그 황소 그림마저 이중섭의 그리운 내면을 표현한 것이다. 어딘가로 향하는 소, 가족이 탄 달구지를 끌고 가는 소. 모두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다. 싸우는 소, 지쳐 있는 소도 그렇고, 황소의 슬픈 눈망울도 그리움에 지쳐가는 이중섭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김환기의 그림은 박수근, 이중섭의 그림과 분위기가 다르다. 김환기 작품은 토속적 색채에서 벗어나 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구상과 추상이 만난다. 또한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드러난다. 그 성찰과 탐구의 결과물이 바로 점의 추상화다. 그에게 점은 인간이고 생명이며 별이고 우주다. 그렇기에 김환기의 점은 철학적이면서 성찰적이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의 그림은 모두 인간적이고 원초적이지만 구체적으로 발현하는 양식은 서로 다르다. 박수근은 우리의 가난한 이웃으로 드러냈고, 이중섭은 지독한 그리움으로 표현했다. 김환기는 그것을 철학적 사유와 점으로 구현했다. 그들의 삶의 내력과 인연의 흔적이 서로 다른 것처럼 말이다.

박수근의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이중섭의 그림은 무언가 우리 내면을 꿈틀거리게 한다. 김환기의 그림은 무언가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사실 보통 사람들에겐 김환기의 추상화보다 이중섭이나 박수근의 그림이 좀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이 더 대중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김환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김환기 그림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은 최근의 미술 경매시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3大 블루칩

서울옥션은 한국의 대표적 미술 경매 회사다. 서울옥션이 생긴 것은 1998년. 이 덕분에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미술품·문화재 경매라는 것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2001년 4월, 겸재 정선의 1755년작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가 서울옥션 경매에서 7억 원에 낙찰됐다.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이었다. 이 소식은 세상을 놀라게 하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미술 경매시장은 고미술이 주도했다. 최고가 신기록도 당연히 고미술 차지였다. 2004년 12월 청자상감매화대나무새무늬매병이 10억9000만 원, 2006년 2월 백자철화구름용무늬항아리가 16억2000만 원으로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세웠다.

고미술이 미술 경매시장을 주도하던 분위기를 깬 것은 박수근의 작품이었다. ‘노송영지도’가 7억 원에 낙찰된 2001년 9월, 박수근의 ‘앉아 있는 여인’이 4억6000만 원에 팔렸다. 박수근의 인기를 보여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이후 박수근 작품의 경매 낙찰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2002년 3월엔 ‘초가’가 4억7500만 원에 낙찰됐고, 같은 해 5월엔 ‘아이 업은 소녀’가 5억500만 원에 낙찰됐다. 2005년 11월엔 ‘나무와 사람들’이 7억1000만 원, 2005년 12월엔 ‘시장의 여인’이 9억 원에 팔렸다.

2007년 3월엔 ‘시장의 사람들’이 25억 원에 거래돼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러곤 2007년 5월 ‘빨래터’가 45억2000만 원에 낙찰되면서 두 달 만에 최고가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렇게 2000년대 전반기는 박수근 작품의 낙찰가가 급상승하면서 미술시장을 주도한 시기였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 전시된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 [동아DB]

2000년대 후반부터는 이중섭의 작품도 꾸준히 인기를 누렸다. 2007년 3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통영 앞바다’가 9억 원에 낙찰됐고, 2008년 3월엔 ‘새와 아이들’이 15억 원에 팔렸다. 2010년 ‘황소’가 35억6000만 원, 2018년엔 또 다른 ‘황소’가 47억 원에 거래됐다. 이와 함께 2018년 ‘싸우는 소’가 14억6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김환기 작품의 경매 인기는 좀 늦게 시동이 걸렸다. 김환기의 그림이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였다. 2007년 3월 ‘15-ⅩⅡ-72 ＃305 NewYork’이 10억1000만 원, ‘항아리’가 12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2007년 5월엔 ‘꽃과 항아리’가 30억5000만 원에 팔렸다.

김환기의 강세는 2010년대 중반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2015년 ‘19-Ⅶ-71 #209’가 47억2000만 원으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작성했고, 이후에도 계속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016년 ‘무제’가 48억6000만 원, 2016년 ‘무제 27-Ⅶ-72 #228’이 54억 원, 2016년 ‘12-Ⅴ-70 #172’가 63억3000만 원, 2017년 ‘고요 5-Ⅳ-73 #310’이 65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2018년 5월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3-Ⅱ-72 #220’이 85억 3000만 원에 낙찰되면서 경이적인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더니 급기야 2019년 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우주 5-Ⅳ-71 #200’이 132억 원에 거래됐다. 국내외 경매 통틀어 한국 미술품 가운데 최고가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거액에 거래된 작품은 대부분 김환기가 뉴욕 시절(1969~1974)에 그린 점 추상화다.

위작의 逆說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는 가짜 작품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위작이 많다는 것은 이들의 작품이 인기가 있고 돈이 된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이중섭 위작이 가장 많다. 2002년 한국화랑협회가 “20년 동안 의뢰받은 작품 2500여 점의 진위를 감정한 결과, 이중섭의 그림 중 약 75%가, 박수근·김환기·천경자의 그림 중 약 40%가 가짜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위조범들은 이중섭 작품이 모방하기에 가장 쉽다고 여기는 것 같다.

2005년 박수근, 이중섭 위조 작품 사건이 터졌다. 당시 한 경매에 나온 이중섭의 작품 ‘물고기와 아이’에 대해 가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문제의 작품을 이중섭의 아들이 소장해 왔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을 대량으로 소장한 김모 씨(당시 한국고서연구회 고문)가 연루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가짜라고 판단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와 박수근의 아들, 진짜라고 주장한 이중섭의 아들과 김모 씨가 급기야 서로 검찰에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의 수사 결과 ‘물고기와 아이’는 가짜로 드러났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김모 씨가 갖고 있던 이중섭·박수근 작품 2800여 점이 모두 가짜로 밝혀졌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위작을 만들어 세상을 속이고 일확천금을 노린다. 그 주요 대상이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다. 인기 유명 화가의 숙명이라고 할까. 오랫동안 근현대미술을 감정해 온 송향선 가람화랑 대표는 최근 ‘미술품 감점과 위작’이라는 책을 냈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위작의 감정 사례를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여기서 저자는 “위작에는 향기가 없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진작은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의 진작은 향기 그윽하며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다는 의미다.

삶의 역정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이 세 화가의 전시는 예나 지금이나 자주 열린다. 2021~2022년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은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과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을 개최한 바 있다 모두 성황이었다. 지금은 경기 용인시의 호암미술관에서 특별전 ‘한 점 하늘 김환기’ (9월 10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전시의 콘텐츠도 좋고, 관객의 반응도 뜨겁다. 급상승한 김환기의 인기를 실감하고 그가 그린 작품의 매력에 흠뻑 취해 볼 기회다.

동양의 정서가 담긴 점 추상화를 완성한 김환기, 바위의 질감으로 평범한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한 박수근, 특유의 힘찬 붓 터치를 통해 지독한 그리움을 노래한 이중섭. 이들은 어떻게 이런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을까. 알 듯 모를 듯하지만, 그들 삶의 역정 자체라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이게 바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의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