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선전부 일꾼들, 광고 카피라이터로 변신

장마장 판매대에 광고판 등장…당 구호판 제작해온 경험으로 손님들 눈길 사로잡아

북한 장마당(시장)에 상품 광고판이 등장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요즘 시장에 가보면 상품 광고판을 세워놓은 장사꾼이 늘었다며 상품에 따라 광고판 크기와 내용은 다르지만 손님들 눈길을 끄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소식통은 담배ㆍ쌀ㆍ음식 등 일상 소비제품 판매대에 광고판이 가장 많다며 요즘 손님들은 광고판에 따라 상품 판매대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 시장에는 세련된 광고판을 만들어주는 전문 인력도 등장했다. 소식통은 주로 국영 기업소 당위원회 선전부에 소속된 사람들이 장사꾼으로부터 의뢰 받아 광고판을 제작해주고 있다며 이들은 오랫동안 당의 구호판을 제작해온 경험이 있는터라 눈길을 사로잡는 감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안남도의 다른 소식통은 북한의 경우 광고 행위가 '비사회주의' 요소로 인식돼 TV에서 상품을 선전하면서도 광고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며 그러나 장사꾼들 머릿속에는 이미 광고의 중요성이 깊이 각인돼 있다고 들려줬다. 소식통은 경쟁 탓에 장사꾼들의 광고 방법이 더 치밀하고 교묘해지고 있다며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당 선전부 일꾼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광고판 전문 제작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300석 내외의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것은 놀라움과 재미의 한 바탕이다. 기대에 들뜬 관객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우고 시간이 되면 학교 수업 시작종처럼 ‘땡땡’하는 종소리가 울리고, 객석이 어두워지고 무대 위 조명이 비친다. 그리고 어둠 속에 바쁜 발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영화처럼 멀리 떨어진 스크린 속이 아닌 내 바로 눈 앞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펼친다. 그들의 숨소리마저 들을 수 있기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그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 집중한다. 책 몇 권이나 됨직한 대사를 몽땅 외운 배우들의 기억력과 그 대사에 적힌 몸짓마저 수없이 되풀이된 연습으로 익숙하게 웃다가 슬프게 울고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기도 한다. 그들이 울면 나도 슬퍼지고, 그들이 웃으면 나도 기뻐진다. 그들의 연극 속으로 어느 새 빨려들어 연극 속 배우들의 희노애락을 같이 느낀다. 소극장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처럼 수백억이 들어가는 건축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좌석 수는 보통 100- 300석 내외이다. 이런 연극 소극장을 북한에서 열면 어떨까?

통일부에 의하면 북한에서 연극은 영화나 가극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편이다. 김일성이 일제시기 직접 써서 공연했다는 연극 ‘성황당’을 1978년 6월 14일 김정일이 대규모 무대용으로 음악, 무용 등을 가미하여 새롭게 창작하도록 지시한 후, 새로운 형태인 ‘성황당식 혁명연극’방식이 발전하게 된다. 성황당식 혁명연극은 자주적 인간의 전형 창조, 과장 없고 솔직한 대사, 방창 등 음악적 요소 첨가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다. ‘김정일의 지도 아래 찬란히 개화 발전하여 주체예술의 새 전성기’를 열었다고 주장한 ‘성황당식 5대 혁명연극’으로 ‘성황당’, ‘3인1당’, ‘경축대회’, ‘혈분만국회’, ‘딸에게서 온 편지’를 꼽고 있다. 성황당식 혁명연극들은 기존의 연극내용에 보다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와 음악·무용을 가미함과 동시에 “원작에 밝혀진 주제와 사상을 철저히 살리고 그것을 주체사상의 근본원리에 기초하여 폭넓게 심화시켰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에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연극은 경희극과 같은 희극 공연이다. 대표작은 평양민속공원을 짓는 내용을 담은 <사랑>(2012년)이며 이 작품에는 ‘김정일 애국주의 만세’의 구호가 등장한다. 2017년에는 경희극 <북부전역>이 공연되었는데, 북한은 이 작품에 대해 “2016년 예상치 않게 전진을 가로막았던 난국을 타개하고 함북도 북부 피해복구 전선에서 눈부신 기적적 승리를 이룩한 군대와 인민의 영웅적 투쟁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북한 연극 공연의 특징은 화려해진 의상과 무대장치를 들 수 있다. 모두 다 커다란 극장에서 실행되고, 남한처럼 소극장은 없다. 

마침 연극계가 남북 연극인들의 교류를 목적으로 한 ‘남북연극교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새로 출범한 남북연극교류위원회 위원장은 극단 고래의 이해성 대표가 맡았다. 한겨레신문 2018년 7월 보도에 의하면 서울연극협회는 지난해 12월 발족한 ‘남북연극인교류추진위원회’를 내부 논의를 거쳐 이달부터 남북연극교류위원회로 공개 전환했다고 4일 밝혔다. 남북연극교류위원회는 2000년 발족한 ‘남북연극교류특별위원회’, 2003년 ‘서울평양연극제’ 등 과거 남북한 연극인들의 교류를 추진했던 단체들의 뜻을 이어받아 새롭게 조직된 단체다. 남북간 연극인 교류는 2005년 북한에서 치러진 6·15축전 이후 13년간 중단됐었다. 이처럼 남과 북의 연극 교류에 대한 공감은 이미 충분히 교감되었다. 여건이 허락하면 시작만 하면 된다. 우선 극장을 물색하는 것이 문제이다. 우선 실내 극장이 아니어도 된다. 야외 공연장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차차 실내 소극장을 물색하면 된다. 소극장은 기존 건물의 구조를 약간만 고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연극의 내용이다. 우선 북한에서 공연하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많을 것이다. 남북 경협이 재개된다고 해서 북한이 즉각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되리라는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제약을 인정하면서 연극 주제를 골라야 한다. 또 하나는 남북 배우 간의 대사에서 언어의 통일이다. 남한 말과 북한 말이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단어의 사용도 많이 달라졌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대본 작성을 세심하게 해서 남이나 북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럼 다음에는 관객을 모아야 한다. 아무리 극장이 좋고, 배우가 훌륭해도 관객이 오지 않는 연극은 꽝이다. 물론 인구 350만명의 평양이면 그래도 생활수준이 높아 연극이라는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서 소득도 낮거니와 인구가 적어서 연극 시장에서 시장성이 있을 지도 의문이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북한은 연극계의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 북한에도 극장이 있어 영화를 보고, 무용도 있다. 다만, 선전용이 대부분이어서 인간의 감각을 즐겁게 하는 문화적이지 않아서 문제일 뿐이다. 

연극 공연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방법은 몇 가지를 고려해볼 수 있다. 우선 자체자금으로 시작한다. 가장 간단하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 게다가 아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북한에서 개별 극단이 독립적으로 시도한 다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둘째로 정부의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각 지역별로도 별도로 지원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신청할 수도  있다. 정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하여는 여러 가지 심사를 받으며 가능성 여부를 거르고, 성공 방안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는다면, 문화관광부에서 북한의 문화관련 부서와도 협조하여 여러 가지 장애물을 없애 줄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연극 공연뿐만 아니라 연극 전용 소극장 유지를 위한 지원을 신청해볼 수도 있다.  셋 째로는 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기업의 메세나(mécénat) 활동이 다채롭다.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코자 하는 움직임이 기업 사이에서 점차 확산 추세다. 사회 취약 계층을 비롯한 다수 대중이 이를 통해 문턱 낮아진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이렇게 공연장과 배우가 준비되면 첫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을 할까? ‘지하철 1호선’이  좋을 듯하다. 독일 '그립스(GRIPS)극단-폴커 루드비히'의 'Linie 1'이 원작으로, 극단 '학전'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민기가 한국적인 시각에서 새로 번안, 각색했다.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는 한국 '지하철 1호선'을 15번 관람한 이후 전 세계 2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되고 있는 '지하철 1호선' 중 가장 감명 깊게 봤다는 극찬을 남겼다. 이 것을 각색하여 남북경협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북한 주민의 생활을 그려보겠다.

북한 소극장을 먼저 시작하면 또 하나의 부업으로 북한의 휼륭한 배우를 발굴하여 먼저 극단 소속사로 계약하여, 스타로 성공시키면 쏠쏠한 비즈니스거리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을 극장국가라고 한다. 그 거대한 극장에서 70여년간 지냈으니, 위대한 배우가 많을 것이 틀림없다. 고로 북한에서 소극장하면 돈 번다.(아시아경제, 2018.10.27.)

이제 북한도 많이 변하고 있다. 사회가 변하면 글도 변하고 전달하는 방법도 변한다. 앞으로 남북한 사람들간에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광활하게 드넓어 질 것이다. 남북한 소통 매체의 확장은 카피라이터에게 더 많은 매체에 대한 이해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벌어졌던 남북 문화의 차이를 줄이는 시대적 의무를 짊어지게 된다. 갈라져 살아왔던 우리 민족의 아픔과 애환, 그리고 서로간에 품었던 애정, 한민족의 가치관과 남북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보듬어가며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광고 매체라는 플랫폼을 통하여 표현이 되지만 결국엔 카피라이터의 감성과 이성을 거쳐 나오는 결과물이 서로를 다시 묶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런 카피라이터가 나타나야 할 시점이다. 

내가 남북한을 연결하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이유는 ‘남북한이 어떻게 변했을까? 남북한을 어떻게 연결시킬까? 남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변했고,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70년동안 격리되어 있으면서 지나치게 심각해져 있는 하나의 민족이면서 두 개의 국가로 살아온 사람들을 장벽 없이 흥겹게 연결시키고 싶다. 내가 비록 코미디언처럼 남들을 웃기지는 못하더라도, 양 측의 사람들이 미소 짖게 하는 글로 수십 년간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내 인생의 크나큰 영광이다.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하고 편하게 일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마음도 든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주 52시간이 아니라 80시간, 100시간이라도 즐겁게 일하겠다. 일이 즐거우면 따로 취미생활이나 운동도 필요 없다. 그 자체가 삶이 되고 운동이 될 테니까. 물론 나에게는 이문열이나 조정래와 같은 문장력은 없다. 그 분들은 타고난 천재성에 엄청난 노력을 한 결과이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건조한 문구도 써보고, 시조 비슷한 형식으로도 될수록 많이 쓰려고 하고 있고, 어쨌든 하루 두어 장씩은 쓰고 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생각하는 바,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생각하고 원하는 바를 눈에 보는 것처럼 쓸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딱 한 문구’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