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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   한겨레신문사
정간물 유형 :   잡지
발행국/언어 :   한국 / 한글
주제 :   시사/뉴스, 언론/미디어, 국가/정치,
발행횟수 :   주간 (연50회)
발행일 :   매주 월~화요일에 발송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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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1994년 3월 창간했습니다. 창간하자마자 한국 언론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세련된 디자인, 권력에 굴하지 않는 추적 보도, 다양한 영역을 파고드는 탐사 보도, 밝은 눈을 제공하는 여러 칼럼에 이르기까지,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매체였습니다.

“21세기를 향한 뉴저널리즘 선언- 새로운 저널리즘의 기수로 우뚝 서겠습니다.” 창간 당시의 선언은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겨레21>은 디자인, 권력고발, 탐사보도, 심층칼럼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매체 혁신의 선두를 달려왔습니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양민 학살 폭로, 군대·학생·성소수자·장애인 등에 대한 인권 침해 폭로, 빈곤노동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했던 노동OTL, 그리고 유가족과 함께 굶고 걸으며 취재했던 세월호 참사 보도에 이르기까지 <한겨레21>이 선도한 이슈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 결과, 국내 시사주간지 가운데 가장 많은 언론상을 수상해왔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2009, 2010, 2012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의 엠네스티 언론상(2008, 2010, 2011, 2013년),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민주언론상(2010년), 관훈클럽의 관훈언론상(2012) 등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퓰리처상 최다 수상 언론입니다. <한겨레21>은 한국 주요 언론상 최다 수상 시사주간지입니다.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한겨레21>의 혁신은 계속 됩니다. 심층성, 다양성, 이동성, 개인성, 보관성, 확장성 등을 두루 갖추고,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혁신 언론으로 거듭 나고 있습니다. 그 가치를 인정해 주시는 독자 여러분을 가장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한겨레21>은 시대를 앞서가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혁신 언론입니다. 여러분의 정직하고 세련된 벗이 되겠습니다.

정간물명

  한겨레21

발행사

  한겨레신문사

발행횟수 (연)

  주간 (연50회)

발행국 / 언어

  한국/한글

판형 / 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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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층

  고등학생 , 일반(성인), 교사, 직장인,

발간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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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시사/뉴스, 언론/미디어, 국가/정치,

관련교과 (초/중/고)

  사회 (정치/경제/사회),

전공

  사회학, 언론학, 정치학, 외교학, 경제학,

키워드

  시사주간지, 뉴스, 정치, 사회,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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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밭에서 준비 중인 찬란한 탄생   2021년 12월

고추 지지대에 들러붙은 사마귀 알집.

 

이미 서리가 여러 번 다녀간 12월 초 주말, 밭에서 뒤늦게 고추 지지대를 뽑았다. 고추 줄기는 워낙 잘 쓰러지는 탓에 봄에 모종을 심은 뒤 한 줄기마다 지지대를 하나씩 세워줘야 한다. 시골 동네 철물점에 가면 길이에 따라 지지대 1개당 500~1천원에 판다. 이래저래 사 모은 지지대가 얼추 100여 개다. 든든하다. 이만하면 나도 이 밭에선 자산가다.

 

고춧잎이 시든 지도 오래, 진작에 다 뽑아 평상 아래 가지런히 정리해놓아야 했으나 얼치기 농군이 게으르기까지 해서 좀 늦었다. 월급 받고 일하는 회사에선 내 일을 끝마쳐야 다음 공정을 맡은 동료가 작업할 수 있다. 내가 약속한 시각에 제때 기사 출고를 하지 못하면 “신문 안 만들 거냐”는 편집부 동료의, 때론 격렬한 타박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어쩌랴. 여긴 회사가 아니라 밭인데…. 작업 통제 권한을 나 혼자 행사하고 그 책임도 전적으로 내가 진다. 밭에선 나도 자영업자란 말이다.

 

지지대를 뽑고 있는 밭 풍경은 쓸쓸하다. 을씨년스럽다. 겨울이란 한 방향을 향해 이미 서너 발걸음이나 무겁게 내디딘 탓이다. 들깨는 이미 털었고, 더덕 씨앗도 다 받아놓았다. 몇 달 전 뽑혀 여기저기 널브러진 옥수수 줄기며 풀이며 죄다 말라 비틀어졌다. 생명력이라곤 찾기 어렵다. 3년에 걸친 한국전쟁 뒤 망해버린 국토와 모든 걸 잃어버린 사람들의 상실감을 다룬 명곡 <봄날은 간다>(1954년)의 노랫말처럼 말이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이 가고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이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2021년 나의 알뜰한 맹세와 실없는 기약은 무엇이었던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나지막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뽑던 지지대에서 작은 스펀지 덩어리처럼 생긴 게 붙어 있음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사마귀 알이다. 이런 고춧대는 한두 개가 아니다. 사마귀는 봄에 알에서 나와 초겨울에 죽는데, 이에 앞서 교배를 마친 암컷이 대개 식물의 굵은 가지 같은 곳에 알을 낳는다. 내 밭의 사마귀는 고추 지지대를 산란 장소로 택한 것이다. 지난해 곤충 사육을 좋아하는 큰아들을 위해 밭에서 잡아온 사마귀를 집에서 키웠는데, 어느 날 그 녀석이 배 뒤쪽 산란관에서 하얀 치약 거품 같은 액체를 내뿜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 있다.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겉이 변하는데, 겨우내 추위로부터 그 안에 있는 알을 보호하는 막이란다.

 

내년 봄에 곤충 가운데 상위 포식자인 사마귀의 새끼들이 바글거리며 막을 뚫고 밭으로 기어나올 테다. 그러고는 봄날 작물의 연한 잎을 뜯어먹어 내 미움을 사는 메뚜기며 방아깨비를 잡아먹고 살겠지. 사마귀는 대체로 육식성이라 작물을 먹지 않는다. 나로선 고마운 일이다. 고추 지지대에 붙은 사마귀 알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쟁여놓았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겨울 밭에서도 사마귀는 제 생명을 마칠 무렵 내년 봄의 찬란한 탄생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어쩌면 겨울은 생명 순환의 끝자락이 아니라 시작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출처] 한겨레21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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